한 끼에 68만원 쓴 영상 올렸다가 중국 공산당에 혼쭐난 왕훙 [강현우의 트렌딩 차이나]

입력 2021-04-24 13:00
수정 2021-04-24 13:17

'1박에 7만5000위안(약 1300만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에서 자보기', '출산 후 관리로 한 달에 190만위안(약 3억3000만원) 쓰기'.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일부 중국 왕훙(인터넷 스타)들이 과도한 소비 동영상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려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훙들은 해당 동영상들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고, 이 사과문이 웨이보에서 2억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빅로고(大LOGO)'라는 한 왕훙은 중국 휴양지인 하이난성 싼야시의 한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한 끼에 4000위안(약 68만원)어치를 주문하는 동영상을 웨이보에 올렸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런 부유한 블로거들이 조회수 올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보도는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국민들의 소비 욕구가 커지는 데 대해 정부가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은 분석했다.

웨이보나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더우인(중국판 틱톡), 콰이서우 등에서 '재력 과시' 동영상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회수가 올라가면 그만큼 광고 등으로 수입이 늘어나고, 그 수입으로 또다시 과소비 동영상을 제작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민일보가 경고 보도를 한 이후 왕훙들은 과소비 동영상을 일제히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고 있다. 빅로고도 웨이보에 "이성적으로 소비하고 건강한 소비 계획을 세우자"는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 중에선 당국의 이런 강제적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부자들의 생활을 보는 게 무슨 해가 되느냐.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삶을 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사용자는 "빈부 격차가 왕훙들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왕훙의 과소비 동영상은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지 과소비 동영상을 단속할 일이 아니다. 왕훙을 감시한다고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가 달라지진 않는다"는 발언도 나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