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이자 등 미국산 백신 접종자에게도 입국 허가

입력 2021-04-23 12:05
수정 2021-05-23 00:03

중국이 미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게만 비자를 새로 내주는 등 자국 백신 위주의 출입국 정책을 유지해 왔다.

23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은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미국 댈러스에서 출국하는 경우에 건강증명서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고 지난 21일 공지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2회, 존슨앤드존슨은 1회 등 정해진 접종 횟수를 다 채워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핵산검사 음성, 항체검사 양성 증명도 받아야 한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유효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했다는 점, 이에 따라 입국자 범위를 상당히 확대했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자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 4종만 승인한 상태다.

현재 중국으로 입국하려는 사람은 핵산검사와 항체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이 결과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 중국은 이런 사람에게 '건강 코드'를 발급해 준다. 핵산검사는 검사 당시 코로나19에 걸려있는지를 판단하고, 항체검사는 과거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항체가 형성됐기 때문에 항체검사에서 양성이 나온다. 중국은 이제까지 자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만 양성이 나와도 건강 코드를 발급해 왔다. 이번 조치는 미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이 항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건강 코드를 준다는 의미다.

중국이 이렇게 미국 백신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을 볼 때 향후 자국산 뿐 아니라 외국 개발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도 비자를 내주는 쪽으로 출입국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중국 개발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비자 발급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가 7월로 예정된 만큼 6월말까지 인구의 40%(약 5억600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2일 기준 누적 접종 횟수는 2억419만회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정상 개최하기 위해서도 백신 접종률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7월 이전에 승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푸싱제약은 지난해 말 바이오엔테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현재 중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2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바이오엔테크가 해외에서 진행한 3상(최종 단계) 결과를 더해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신기술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 백신이다. 중국에서도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연구원과 제약회사 월백스 등이 함께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며 연말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는 현재 국유제약사 시노팜의 불활성화 백신 2종, 시노백의 불활성화 백신 1종, 캔시노의 아데노바이러스매개백신 1종 등 4종의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그동안 신기술인 mRNA 방식이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가오푸 질병예방통제센터 소장이 지난 11일 "mRNA 백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최근 태도를 바꾸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