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권 전쟁, 이번 싸움터는 법인세

입력 2021-04-26 09:02

미국이 최근 ‘글로벌 법인세(global corporate tax)’ 도입과 함께 기업이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에 법인세를 내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 전 세계가 시끌벅적합니다. ‘법인세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이죠.

법인세는 법인(法人)인 기업에 매기는 세금으로 개별 사람의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처럼 기업의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세가 전체 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7%로 소득세(18.4%)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세계는 그동안 법인세 세율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습니다.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 세금을 많이 걷으면 좋겠지만 세율이 너무 높으면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옮겨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나아가 교역 증진을 위해 국가 간에 체결한 조세면제협정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인세 납부액을 줄이려 애썼습니다. 예컨대 구글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매출의 80%를 올리는데 이들 지역에서 올린 수익에 대해 2% 정도의 세금만 낸다고 합니다. 국가와 국가, 국가와 기업 간 머리싸움이 치열했던 것이죠.

그런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일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각국 법인세에 하한선을 두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이 제안한 하한세율은 21% 정도입니다. 미국은 또 8일 140개국에 ‘다국적 대기업들로 하여금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을 중단하고 기업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구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제안에 즉각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국제통화기금(IMF)도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동안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을 12.5%로 제시해왔습니다.

한국은 법인세율이 27.5%(법인지방소득세 포함)로 비교적 높은 데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거두는 등 국내총생산(GDP)의 해외 의존도(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가 70.1%에 달하니만치 글로벌 법인세 체제 도입에 따른 득실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4, 5면에서 다뤄봅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