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전 국세청장(54·사진)이 신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로써 작년 12월 이후 공석이던 주택정책 핵심 공기업의 사장 자리가 4개월 만에 채워지게 됐다.
LH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신임 사장의 임명 제청안을 재가했다고 발표했다. 김 신임 사장의 공식 취임은 다음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신임 사장은 경기 화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35회)에 합격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 법무과장,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지냈다. 2019년 6월부터 작년 8월까지 국세청장을 맡았다. 국세청장 재임 기간 동안 2만 명 규모의 조직을 이끌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 국세 행정 개혁 등의 실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감찰과 인사 검증 업무를 맡기도 했다.
사정기관 출신인 김 전 청장이 LH 신임 사장에 임명된 것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조직 혁신을 앞당기는 동시에 임직원의 기강을 다잡으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LH 사장에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출신을 주로 임명했다. 작년에는 도시재생 분야 전문가인 변창흠 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앉혔다. 변 전 사장은 이후 국토부 장관으로 낙점됐으나 LH 사태 등이 터지면서 넉 달 만에 물러났다. 당초 김세용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신임 LH 사장에 내정된 상태였지만, 국토부가 지난달 재추천을 결정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국토부는 지난달 LH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전문가보다는 조직 혁신을 이끌 사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사장 후보자 재추천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 의혹에 휩싸인 LH 상황을 수습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혁신을 밀어붙일 강단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마감된 LH 사장 재공모에는 김 신임 사장 등 1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신임 사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 LH 기능 조정 등 시급한 경영 현안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안이 산적한 만큼 취임 전인 24일부터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