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05년 전 세상을 떠난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의 기일(忌日)이다.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도 같은 날 하늘로 갔다. 1616년 4월 23일, 유네스코는 두 문인이 동시에 타계한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해 매년 기리고 있다. 이날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풍습의 ‘세인트 조지 축일’이기도 하다.
‘책의 날’이 되면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 축제를 펼치고, 영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한 달간 하루 20분씩 책을 읽어 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인다. 우리나라도 출판계와 도서관들이 많은 행사를 연다. 올해는 코로나 탓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책을 사기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은 아직도 빈약한 형편이다. 지난해 1월 전국 공공도서관 수는 1134개다. 그나마 2011년 786개에서 340여 개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는 평균 2.2개로 독일(8.6개)의 4분의 1, 호주(6.6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각 도서관의 평균 장서는 10만1000여 권이지만, 일부 중소도시 도서관은 1만 권도 채 안 된다. 최소 장서 기준에 못 미치는 도서관이 10개 중 4개다.
문화체육관광부 매뉴얼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는 전체 예산의 25~30%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전국 공공도서관 예산 1조1470억원 중 실제 자료구입비는 9.5%에 불과하다. 연간 5000만원 이하인 곳도 전체의 35%에 이른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책은 한 해에 발행되는 신간(8만1000여 종)의 4% 미만인 3000여 권뿐이다.
공공도서관의 77%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했다. 지자체장들은 주민의 눈에 띄는 도서관 건립에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장서 확보에는 관심이 적다. 도서관을 ‘일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중형 도서관 하나에 40여 명이 필요하니 500개를 늘리면 2만 명이 일자리를 얻는다는 식이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려면 공공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지식을 얻는 ‘정보의 보고’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콘텐츠의 바다’다. 빌 게이츠도 “나를 키운 건 동네도서관”이라고 했다. 2500여 년 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40만 권 이상을 보유했다는데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