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성공' 사활 건 롯데쇼핑…1.5조 M&A 실탄 확보

입력 2021-04-22 17:47
수정 2021-04-23 01:33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분 전량을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넘긴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약 8300억원, 호텔롯데는 5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재편과 코로나19 사태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회사는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을 신규 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물산은 22일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월드타워·몰 지분 15%를 약 83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호텔롯데의 지분 10%도 5500억원에 사들인다. 이로써 세 회사로 분산돼 있던 롯데월드타워·몰 지분은 롯데물산이 100% 소유하게 됐다.

약 8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물산은 지분 매입을 위해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지분 전량을 확보해 부동산·자산관리 전문회사로서 역량을 강화할 발판을 다졌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신규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게 됐다. e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롯데쇼핑은 활로를 찾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도 대표를 교체하는 등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은 재무건전성이 롯데쇼핑의 발목을 잡았다. 영업이익이 줄면서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악화된 재무 부담을 해소하고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에도 7300억원 규모의 부동산(5개 점포·물류센터 토지)을 롯데리츠를 통해 유동화했다. 이번 매각대금까지 합하면 롯데쇼핑이 확보한 자금은 1조56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롯데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호텔롯데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면세점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절반 이상이 ‘셧다운’됐고 직원들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분산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신규 투자금을 확보하고 다양한 운영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