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2030년까지 친환경·지속가능 금융에 60조원을 지원한다. 앞으로 10년간 필요한 자금의 15% 수준인 25조원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조달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관련 대출과 투자를 3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ESG 금융 지원에 잇따라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국내 대형 금융그룹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하나금융은 22일 그룹의 중장기 ESG 추진 목표로 ‘2030&60’과 ‘ZERO&ZERO’를 수립했다고 선언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H-PULSE’에서 열린 이날 선언식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해 그룹 경영진과 관계사 대표가 총출동했다. ‘글로벌’ ‘플랫폼’과 함께 ‘ESG 금융’을 그룹의 3대 전략 목표로 정한 하나금융의 의지가 담겼다. 김 회장은 “선언한 ESG 비전을 이제는 행동으로 실천할 때”라며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ESG 경영을 위한 모두의 한 걸음이 모여 미래의 하나금융그룹을 지속 가능한 내일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2030&60’은 2030년까지 환경·지속가능 부문에 총 6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먼저 ESG 채권을 향후 10년간 25조원어치 발행한다. 하나은행은 원화 채권 발행금액의 10%, 외화 채권 발행액의 50%가량을 ESG 채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ESG 금융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그린 뉴딜, 2050 탄소중립 등과 맞물리면서 ESG 채권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우량 기업인 하나금융이 ESG 채권 발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시장 반응이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ESG 관련 대출에도 25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친환경 기술이 있는 기업이나 녹색 경영 공시를 성실하게 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기업이 기존 설비를 친환경으로 바꿀 때 금융 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산업에 돈줄을 대는 금융회사는 이를 통해 자금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 하나금융은 ESG 펀드 운용(2조원)을 포함한 직간접 투자에도 10조원을 배정했다.
2050년까지 그룹의 사업장 탄소 배출량과 석탄 프로젝트금융(PF) 잔액을 모두 제로(0)로 만들겠다는 ‘ZERO&ZERO’ 목표도 세웠다. 하나금융 관계사 사업장에서 배출한 탄소와 저감한 탄소를 합쳐 ‘0’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하나금융은 ESG 경영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3대 핵심 전략과 9대 핵심 과제를 설정하고 ESG 전담 컨트롤타워인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이사회 안에 새로 꾸렸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