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호텔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사모펀드(PEF)와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저평가된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입하겠다는 의도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싱가포르항공이 사용하는 항공기 3대를 사들였다. IMM이 설립한 항공기 운용·리스업체 크리안자에비에이션을 통해서다. 보잉사와 에어버스가 제조한 신형 대형 항공기들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은행 등 기관투자가도 공동투자에 참여했다.
IMM 관계자는 “최악의 조정 국면을 지난 항공산업이 조만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본다”며 “지난해 싱가포르항공과 우선 협상을 하면서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조건을 다수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크리안자는 국내 최초의 항공기 리스 회사로 IMM이 세리토스홀딩스와 함께 2016년 설립했다. 이번 신규 항공기 3대 매입으로 총 2조원어치, 1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도 리스료 미납 또는 지연 사례가 발생하지 않고, 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 리스사는 대부분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을 만큼 안정성과 확장성이 높은 분야”라며 “항공산업이 크게 위축됐지만 한편으론 우량 항공 자산의 추가 확보로 포트폴리오 가치를 높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최근 항공업과 여행업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가시화되면 하반기께부터 하늘길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는 지난달 800억원을 투자해 티웨이항공의 전환우선주(CPS)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말엔 항공기 부품 제조사인 율곡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JC파트너스와 홍콩계 물류회사인 코차이나는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까지 65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해 지분 68.9%를 취득할 계획이다. 한앤컴퍼니는 작년 8월 대한항공의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9906억원에 인수하며 항공업 투자에 일찌감치 마중물을 부었다.
회사채와 메자닌 시장에서도 투자 열기가 살아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달 내놓은 회사채는 수요가 커지자 발행 규모가 2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증액됐다. 롯데관광개발이 지난달 발행한 573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몰리며 완판됐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