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하면서 서울시와 정부 간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다. 종부세 개편으로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오 시장의 제안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2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종부세로 거둬들일 세입(추정치)은 총 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3조3000억원보다 5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한 후 최대 규모다.
종부세는 지자체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주요 재원이다. 국세인 종부세는 정부가 걷어 전액 교부금으로 지자체에 배분한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 사회복지, 지역 교육 등 배분 기준에 맞춰 부동산교부세라는 이름으로 나눠준다.
이것을 오 시장의 주장대로 지방세로 전환하고, 100% 공동 과세하면 지자체가 종부세 징수권과 배분 권한을 갖게 된다.
종부세 부과 기준 등 정책을 정할 때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공동 과세를 적용하면 한 곳에서 세금을 걷어 다시 지자체에 균등하게 나눠줄 수 있기 때문에 지역균형 발전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장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종부세를 국세로 만든 이유가 지자체장이 표심을 얻기 위해 세금을 감면하거나 지자체 간 재정 확보 전쟁이 벌어질 우려 등을 감안한 것”이라며 “지방세 전환 논의를 꺼내는 것만으로 지역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지자체도 부정적인 분위기다. 지자체 고위 관계자는 “오 시장의 제안은 결국 서울시가 종부세수를 더 많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종부세 대상이 거의 없는 지방에선 세수가 급감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종부세를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하면 재정자립도가 올라간다는 주장이지만 이미 종부세 전액을 교부세로 넘기는 상황에선 실익이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세청이 부과하는 종부세 징수금액 중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61.1%에 달한다. 경기도가 13.9%이며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한 자릿수 비중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 비중은 경기 10.8%, 경북·전남 각각 10.4%, 서울 9.0% 등이다. 서울, 경기를 제외한 대부분은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다.
법 개정 과정도 만만치 않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지방세기본법 등 수많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며 종합부동산세법 폐지도 검토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