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흰색 양털 운동화가 자주 등장한다. 이 신발은 ‘올버즈’가 탄생 5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한정판 상품이다. 현재 매장에서 1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들이 이 회사의 핵심 가치인 친환경에 공감해 즐겨 신으면서 새로운 ‘인싸템’(인사이더+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잇달아 상륙
최근 올버즈를 비롯한 새로운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국내 시장에 매장을 열었다. 공통점은 친환경 브랜드라는 것. 미국 올버즈는 지난 15일 국내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 맞은편이다. 아시아에서 여섯 번째로 연 매장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지상 1~4층 규모의 매장은 친환경 콘셉트로 꾸몄다. 나무를 활용해 벽면에 있는 기둥을 감싸고 식물들을 배치해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하다.
올버즈 운동화는 울이나 유칼립투스 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탄소 배출 절감이 이 회사의 창립 목표다. 여름용 제품엔 나무 섬유 소재를, 겨울용 제품엔 메리노 울 소재를 주로 쓴다. 신발 밑창에는 ‘화석 발자국’을 적어 넣었다. 신발을 만들 때 발생한 탄소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운동화 ‘아웃솔’(겉창)은 사탕수수로 만들었다.
지난 2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처음 입점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 ‘아르켓’ 매장 앞은 예약 표를 받고 기다리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아르켓도 ‘지속가능한 패션’을 표방한다. 750㎡ 규모의 매장엔 채식 카페가 들어섰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리빙 제품 등 의류 이외에 다양한 제품이 함께 진열돼 있다.
통상 패션 브랜드는 봄·여름, 가을·겨울 시즌마다 신상품을 내놓는다. 아르켓 모회사인 스웨덴 패션기업 H&M은 “2030년까지 출시되는 모든 상품의 소재를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버섯 곰팡이 활용한 명품백콧대 높은 명품업계도 친환경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피, 가죽제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버섯 곰팡이를 활용한 가방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르메스 버킨백을 만들기 위해 악어 세 마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에르메스는 곰팡이를 활용해 만든 ‘빅토리아 백’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기존 빅토리아 라인과 비슷한 6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시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시계 부품을 재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명품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는 재활용 티타늄으로 제작한 ‘섭머저블 마이크 혼 에디션’을 지난달 내놨다. 인기 모델인 섭머저블에 재활용 티타늄(에코티타늄) 소재를 썼다.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도입한 재활용 티타늄 소재는 이 시계의 케이스, 와인딩 크라운 보호장치, 베젤, 케이스백 등에 적용했다. 검은색 스트랩도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소재로 제작했다.
패션·명품 브랜드들이 이처럼 친환경 브랜드로 변신을 꾀하는 이유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치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스스로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소비 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패션 제품도 디자인이나 색상 이외에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