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는데 남 눈치를 왜 보니?"…슬림한 청바지·니트로 멋낸 '할머니룩'

입력 2021-04-22 17:35
수정 2021-04-23 01:58
검은색 슬랙스에 흰색 기본 셔츠. 영화배우 윤여정 씨(사진)는 무채색 옷을 주로 입는다. 노년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과 디자인으로 나이를 감추기 마련. 하지만 윤씨는 기본을 중시하는 미니멀룩을 선호한다.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그의 스타일도 조명받고 있다. 그는 방송 출연과 시상식 등 공식 석상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격식을 갖춰 입는 편이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에서 출시한 드레스를 착용했다. 은은한 핑크 플리츠(주름)가 들어간 검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평소에는 가벼운 데님 셔츠, 스트라이프 니트를 즐겨 입는다. 때로는 스니커즈와 청바지 등으로 젊은이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플라워 무늬 스커트에 베이지색 니트를 입는 ‘믹스 앤드 매치(섞어 입기)’ 스타일도 잘 소화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보통 중년 여성들은 달라지는 체형에 맞춰 편안한 옷을 주로 입기 마련인데 윤여정 씨는 몸에 딱 맞게 입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년층이 옷에 대해 가지는 인식은 점차 바뀌고 있다.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패션에 관해 조언을 구하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 체형 관리에도 많이 투자한다. ‘윤여정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온라인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 13일 그를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그를 광고 모델로 채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는 “윤여정 씨는 틀에 박힌 역할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며 “지그재그가 갖고 있는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패션 전문가는 중년층일수록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효빈 LF닥스 디자인실장은 “중년층은 피부색이나 체형을 지나치게 의식해 옷으로 약점을 가리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적당한 핏감을 유지한다면 전체적으로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