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의도 저승사자' 다시 살리자"…野, '금융범죄합수단 부활' 발의

입력 2021-04-22 14:59
수정 2021-04-22 15:05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해체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살리자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합수단 부활을 두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를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이 다시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설치를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검찰청법에 합수단 설치에 관한 근거조항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증권 관련 경제범죄의 수사 및 처리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방검찰청에 합수단을 두도록 했다.

또한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관련 기관 공무원이나 직원의 파견근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작년 초까지 서울남부지검에 존재했던 합수단의 부활을 목적으로 한다. 합수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 증권·금융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국세청 파견인력 등 50여명 규모로 운영됐다.

합수단은 이후 주가조작·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 사범을 대거 적발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맹위를 떨쳤다. 2013~2019년 동안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1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한다는 명분으로 합수단을 해체했다. 당시 합수단은 1조60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불공정거래 혐의, 코스닥시장 상장 바이오기업인 신라젠 경영진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등 굵직한 사건을 맡고 있었다. 합수단 폐지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라임·신라젠 등 수사로 여권 인사의 비리가 드러날까 두려워 합수단을 폐지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라임사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철 변호사는 올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미애 장관이 합수단을 해체해 라임사태 수사를 망쳤다"며 “전문 역량이 있는 검사들이 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으로 흩어진 탓에 집중 수사가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합수단 폐지 이후 검찰의 증권범죄 사건 처리속도는 눈에 띄게 저하됐다. 검찰의 자본시장법 사건 처리율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82.9%, 58.9% 였으나 지난해엔 13.8%에 그쳤다. 검찰과 금융당국에서는 “남부지검에 존속한 금융조사1·2부 인력만으론 쏟아지는 증권범죄 관련 사건을 처리하기 벅차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작년 10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합수단 폐지와 관련해 “증권범죄 수사 관련 조직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15일 “부동산 투기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증권·금융 쪽의 전문적인 범죄”라고 말할 정도로 검찰의 금융범죄 관련 수사 역량은 눈에 띄게 약화된 상황이다.

윤한홍 의원은 “펀드, 부동산, 벤처, 가상화폐 등 각종 금융범죄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문재인정권의 합수단 폐지로 신속하고 종합적인 수사가 불가능해졌다”며, “금융범죄합수단으로 확대재편해 금융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