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입점 수수료를 내려 판매자를 확보, 플랫폼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다만 수수료 인하 폭만큼 판매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에게도 가격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위메프 '2.9%' 수수료 정률제…최대 18.8%P 인하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21일 기존에 적용하던 상품별 차등수수료 대신 모든 카테고리에 2.9%의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수수료 정률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수수료율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들에 비해서도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위메프는 설명했다.
수수료율 인하가 제품 판매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진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대형유통업체 유통거래 실태조사' 자료의 이커머스 업체 수수료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위메프의 정률수수료율은 품목별로 최저 10.7%(도서)에서 최고 21.7%(주방용품)였다.
쿠폰 정책, 판매 촉진비, 서버 이용비 등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두 제외하고 단순히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이번 수수료 정책으로 위메프 입점 협력업체가 판매하는 제품 수수료율은 최소 7.8%포인트에서 18.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단 얘기다.
가령 한 입점 업체가 3만원짜리 도서를 판매했다면 이 업체가 위메프에 내는 수수료는 기존 3210원에서 870원으로 떨어진다. 동일한 가격의 주방용품을 판매했을 경우 수수료가 6510원에서 870원으로 대폭 저렴해진다.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해서도 수수료 부담이 적어진다는 설명. 위메프 발표 자료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의 판매 수수료를 각각 5.22%, 5%로 잡으면 3만원짜리 제품에 대한 수수료는 각각 1566원과 1500원이 된다. 입점업체 입장에선 위메프를 이용하면 네이버나 카카오에 비해 630~696원 수수료를 덜 내게 된다. 그만큼 소비자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티몬은 '마이너스 수수료'…판매가 인하는 "글쎄"
수수료 인하책을 꺼내든 건 위메프뿐만이 아니다. 티몬은 이달 1일부터 사이즈, 색상 등을 선택할 수 없는 단품 옵션 상품을 판매하는 입점업체에 판매 수수료를 '-1%'로 책정했다. 티몬에 입점해 옵션이 없는 물건을 판매하면 판매금액의 1%를 티몬이 입점업체에 오히려 돌려준다는 의미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수료율 인하 폭만큼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이 직접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부담이 적어지며 입점업체가 늘어나고 경쟁이 활성화돼 장기적으로 제품 판매 가격 역시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입점업체 상인들이 플랫폼에 수수료를 덜 내는 대신 마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수수료 인하분이 그대로 제품 판매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고만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정책의 1차 목표는 수수료 부담을 덜어 판매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면서 "이커머스 시장 절대 강자가 아직 없는 만큼 판매자를 최대한 확보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게이 수수료율 인하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업체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8.6%로 1위였고 쿠팡(13.7%) 이베이(12.4%) 11번가(6.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