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어린이교재를 디자인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홀로 부산으로 갔던 김민희 씨(32)는 열심히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시가 마련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덕분이었다. 대구출판지원센터에 입주한 제품 패키지 디자인회사 디메이드가 대구시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채용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기계금속업체에서 일하던 손정훈 씨(34)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진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손씨 역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고졸청년 중소기업 디지털 허그 사업’으로 새 일자리를 찾았다. 서대구산업단지의 원단생산가공업체인 제라에 지난 3월 입사해 영업관리를 맡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손씨는 “9개월 가까이 실업급여를 받으며 일자리를 찾았지만 경력직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사업이 확대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이 청년들이 대구에 귀환하고 정착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새 일자리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설계해 39세 이하 미취업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행정안전부 사업이다. 시는 사업에 따라 10개월~2년간 청년 채용기업에 인건비를 최대 80%(국비 50%, 시비 30%)까지 지원한다. 기업들이 정규직의 장기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행안부 2021년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공모에서 대구시는 전국 두 번째, 특·광역시 가운데는 최대인 국비 271억원을 확보했다. 시비를 포함해 총 541억원을 투입해 52개 사업에서 청년 2620명을 취업시킬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코로나19 등 어려운 고용 여건 속에서도 이 사업을 통해 청년 3229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했다. 경영난으로 신규 고용을 주저하던 1261개 기업이 일자리를 늘렸다. 이 사업은 청년 유출 규모를 줄이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구의 청년 유출 규모는 2017년 5716명, 2018년 7747명, 2019년 1만2293명까지 늘었으나 지난해는 784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비대면, 디지털, 신산업 분야로의 산업 구조 대전환 등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일자리 사업을 다양하게 개발했다. 김태운 시 일자리투자국장은 “대구시가 단순히 일자리 사업의 재원만 늘린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장변화를 읽고 바뀐 경제 상황에 맞는 일자리 지원사업을 다양하게 개발한 덕분”이라며 “여기에는 대구시 일자리정책과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과, 청년정책과, 창업진흥과 등 11개 과의 협업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행안부가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평가에서 대구시는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대구시와 함께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양경연 대구직업전문학교 광역권 일자리사업팀장은 “가능하면 정규직으로 장기근속할 수 있는 우수한 기업을 찾는 데 대구시와 힘을 모았다”며 “중도탈락자가 적은 것이 대구가 전국 1위를 한 비결 같다”고 평가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