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시멘트업계, 폐기물 재활용사업 확장…국내서도 설비투자 확대

입력 2021-04-21 15:07
수정 2021-04-21 15:09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는 우리가 평소에 생각지도 못하던 대란을 일으켰다. 바로 쓰레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배달 음식 거래액은 전년 대비 75%,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한 데 있다. 더욱이 2021년 1월 1일부터 모든 폐플라스틱을 수출입 통제 대상 폐기물로 추가하는 바젤협약 개정안이 발효됐다. 국내 페트병 중 70%가량을 유럽과 미국에 수출했으나 이번 협약으로 모든 폐플라스틱은 통제 대상 폐기물로 분류되면서 판로가 막혔다. 이 같은 폐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뜻밖에도 시멘트회사였다.

1999년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멘트 소성로를 폐기물 중간처리시설 중 소각시설로 분류해 폐기물을 시멘트 부원료 및 보조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대체연료 사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멘트 소성로 특성상 1700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완전 연소하며 유해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유연탄 비용이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같은 대체연료 투입으로 연료비를 감축할 수 있어 시멘트업계에서는 특히 효율적이다. 콘크리트학술지에 따르면 시멘트 1t 생산 기준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이 237.56㎏인 데 비해 폐플라스틱은 1.1㎏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사됐다.

이미 각국에서는 시멘트산업을 자원 순환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지자체가 공동으로 시멘트산업에서 폐기물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폐기물 처리 문제로 2013년 시멘트 공장에서 10% 이상 자원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시설 구축을 의무화했다. 글로벌 주요 시멘트회사는 특히 플라스틱 활용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순환자원 대체율은 65%로 가장 높으며, 중장기적으로 90% 대체율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기업의 순환자원 대체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한 특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던 국내 시멘트산업의 특성으로 순환자원 활용도가 낮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이후 시멘트산업에서 인수합병(M&A)과 이로 인한 업체 간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원가 절감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17년 699만7000t이던 순환자원 재활용 규모는 2018년 743만5000t, 2019년 809만3000t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재활용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 지역자원시설세, 탄소배출권 유상 전환 등 환경 규제가 심화되고 있어 시멘트기업의 환경 관련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순환자원을 활용해 연료비 절감, 폐기물 처리 수수료 수익, 탄소배출권 저감에 따른 판매수익 등 시멘트산업에 새로운 수익사업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현재 20%인 순환자원 대체율은 60%까지 성장할 여력이 있으며, 폐기물을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최근 주택시장 훈풍과 함께 내수가 반등하면서 시멘트 본업에서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가운데 시멘트기업의 적극적인 환경 투자가 맞물리면서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기업으로서 시멘트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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