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0일(14: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드채와 할부금융채 등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이 유통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받은 충격이 크지 않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등급 여전채의 시장금리(민간 채권평가사 시가평가 기준)는 전날 연 1.619%로 한 달 전보다 0.091%포인트 하락했다.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오르면서 여전채 투자자들은 그만큼 자본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면서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여전채의 금리 하락 속도가 유독 빠른 편이다.
3년 만기 AA-등급 여전채와 회사채와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현재 0.123%포인트로 한 달 동안 0.056%포인트 좁혀졌다. 여전채의 상대적인 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여전채 매수를 늘린 결과다.
여전채 강세 현상은 발행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지난주 3년 만기 AA-등급 ‘산은캐피탈 664-4’는 민간 채권평가사 시가평가(민평 금리) 대비 0.03%포인트, 3년 만기 A0등급의 ‘한국캐피탈 453-3’은 0.10%포인트 낮게 발행됐다.
3년 만기 BBB+등급의 ‘오케이캐피탈 390-2’도 민평 금리보다 0.89%포인트 낮은 연 2.665%에 발행이 이뤄졌다. 김재희 KIS채권평가 연구원은 “여전채의 발행 호조가 비우량 등급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며 “주로 단기물에서 관심을 끌었던 비우량 등급 여전채가 만기 3년 이상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여전채는 민간 소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지난해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사태가 막 터진 후에는 소비 위축과 대출 연체 위험에 여전채 금리가 치솟고,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안정을 찾으며 금리가 하락했지만 회사채보다 금리 하락 속도가 더뎌 여전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채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여전채 발행사가 받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남아있는 여전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