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열에게 '대리 작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김창열이 故 이현배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법적 견해가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세상을 떠난 故 이현배의 형이자 DJ DOC의 멤버인 이하늘이 김창열이 작사한 곡들의 실제 작사가가 이현배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법무법인 선명의 신홍명 변호사는 21일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이현배가 작사, 작곡한 창작물이 실제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저작권은 당연히 이를 창작한 이현배에게 존재한다"며 "저작권과 관련한 별도의 계약이 이현배와 김창열 사이에 없었다면 저작권법 제125조 등에 의거 김창열이 작사가로 올린 수익 상당액 만큼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법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더불어 신 변호사는 김창열이 이현배와 맺은 별도의 이익금 분배 계약이 없다면 손해액 추정 제도와 배상제도 등에 따라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현배 측이 저작권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정확하게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김창열의 배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등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저작물마다 1000만 원(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고의 침해 시 5000만 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금액을 청구 가능하다.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이 등록된 DJ DOC의 노래는 총 91곡이며 멤버인 김창열은 이이 가운데 히트곡인 'DOC와 춤을'을 포함해 'EVERYBODY', 'ONE NIGHT', '마음대로해', '무아지경' 등 다섯 곡의 작사가로 등록되어 있다.
이하늘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동생의 죽음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김창열이 지은 노래 가사도 사실 현배가 썼다. (김창열은) 멜로디를 만들 줄도 모른다. 20년 동안 (이)현배가 가사를 써 줬다. (정)재용이에겐 미안하지만, 여덟 마디 중에 한 마디도 못 쓴다. 4집부터 (이)현배가 가사를 썼고 멜로디 라인도 다 짜 줬다"고 주장했다.
김창열이 저작권을 등록한 노래 가운데 2004년 발표된 'ONE NIGHT'을 제외한 4곡은 1997년 발매된 DJ DOC 4집에 수록된 곡이다. 김창열이 작사가로 등록된 곡 가운데 이현배가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노래는 없다.
과거 이하늘은 2010년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에 출연해 "신용불량 때문에 통장을 마음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최근 통장을 확인해보니 저작권료가 1억 2000만원 정도 들어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DOC와 춤을' 작사가의 이름으로 김창렬을 올린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던 바 있다.
특히 'DOC와 춤을'은 과거 故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선거송으로도 쓰이는 등 전국적인 히트를 친 곡인 것을 고려하면 그가 저작권료로 올린 수입은 거액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하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한가수협회 이사를 역임했던 김창열이 '대리 작사'를 통해 협회에 소속된 이현배의 권익을 침해한 것이 된다.
신 변호사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하늘 씨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최대 10년간 김창열이 대리 작사의 댓가로 저작권 협회를 통해 받은 저작권료 가운데 상당액을 소송을 통해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음반 및 음원에 관한 권리인 저작인접권까지 고려한다면 피해 보상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현배는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심장의 우심실 쪽이 늘어난 상태였으나 치명적인 외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약독물 검사 이후 밝혀진다.
고인의 빈소는 지난 2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차려졌으며 상주는 형인 이하늘이다. 많은 연예계 동료들이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 나섰다. 김창열 역시 빈소에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앞서, 이하늘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가장 첫 번째가 가난하게 산 내 잘못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김창열 때문"이라며 고인을 생활고로 내몰게 한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사건에 대해 말했다. 함께 투자하기로 한 김창렬이 중간에 비용을 낼 수 없다며 투자를 철회해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
이하늘에 따르면 고인은 생계가 어려워지자 배달 아르바이트와 건설일용직, 방송 리포터 등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하늘은 자금을 위해 DJ DOC 새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김창열은 적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DJ DOC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