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철강, 화학과 더불어 ‘기후 악당’으로 분류된다. 300개에 달하는 제조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전기와 물을 쓰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가 높은 곳이 드문 배경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다른 기후 악당들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력 소모가 작은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확 줄일 수 있어서다.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탄소와의 전쟁에서 ‘키’를 쥔 업종이 반도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데이터 센터가 잡아먹는 전기는 전체 산업용 전기의 7~8%에 이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도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환경 경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물과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연구개발(R&D)과 친환경 활동 등으로 탄소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DS부문 ESG 청사진의 핵심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 ‘지구를 살리는 반도체’란 슬로건과 중장기 탄소 저감 계획을 공개했다. 저전력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적용할 종합 환경 지표를 개발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래에 개발할 제품이 탄소 저감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수치화해 DS부문과 협력업체의 성과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성대 DS부문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전무는 “2030년에 선보일 메모리 제품을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 적용할 경우 2010년 제품을 썼을 때보다 원자력 발전소 15기에 해당하는 전력량(108TWh)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성과뿐 아니라 주요 공급망 주체들이 탄소 저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수치로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업 용수와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캠페인도 지속할 계획이다. DS부문의 공업용수 재이용량은 하루 16만t으로 화성 시민 85만 명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식수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현재 DS부문 사업장에 식재된 나무는 168만 그루다. 경유차 3만5000대가 연간 내뿜는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요 사업장의 주차장을 태양광 패널로 덮는 것도 환경 경영의 일환이다. ‘주차장 패널’의 면적은 총 2만7660㎡. 축구장 4개와 비슷하다. 이 시설을 통해 생산하는 전기는 연간 2847㎿h다. 678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DS부문은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삼성반도체 웹사이트를 이해관계자들의 친환경 소통을 위한 장으로 개편한다. 만화 형태의 콘텐츠인 ‘ESG 탐구생활’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오후 8시부터 10분간 사무실 조명을 소등하는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환경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를 임직원에게 알리는 게 소등 캠페인의 목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