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플랫폼 ‘원조’ 고고엑스 "투자 유치해 카카오와 경쟁"

입력 2021-04-21 17:46
수정 2021-04-22 10:35


“화물운송과 커머스 사업의 관련성을 봤을 때 카카오·SK텔레콤 같이 모빌리티와 커머스 사업을 같이 하는 빅테크의 진출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이들의 참전으로 여전히 콜센터 중심인 이 시장의 플랫폼화는 가속화하고 소상공인의 물류를 잡으려는 각축전도 더욱 치열해 질 겁니다.”

퀵서비스(화물운송) 플랫폼의 ‘원조’ 격인 고고엑스의 남경현 대표의 말이다.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운송주선업 시장은 최근 카카오와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의 진출 선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남 대표는 이미 6년 전부터 화물운송주선업의 플랫폼화를 추진해왔고 앱 다운로드수 50만건을 돌파하는 성과도 거뒀다.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모두에서 모바일 기반 퀵·용달서비스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퀵서비스’로 불린다고 해서 단순히 오토바이를 이용한 소규모 배송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 시장은 기업 물품 배송의 기본이다. 근거리배송 시장과 풀필먼트 영역에서 치열해진 경쟁이 퀵·용달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고고엑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 시장은 전국 1만4000여 곳 콜센터와 인성데이터 24시콜 화물맨 등 과점 ‘정보망’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화물운송 기사들이 직접 플랫폼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는 게 아니라, 콜센터에 가서 가입을 신청하면 콜센터가 정보망 시스템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조였다. 중간 업체가 많아 기사들의 몫은 점점 줄었다. 기사들이 한꺼번에 여러 건을 처리하려다보니 서비스 속도와 질도 떨어져 갔다.

지금은 페덱스 UPS DHL등의 글로벌 운송사는 물론 LG화학 퍼시스 자라 무인양품 등 굴지의 기업들을 확보했지만 처음엔 기업·소상공인 화주들을 유치하기 쉽지 않았다. 이들도 기존 구조에 익숙해져 있어 굳이 고고엑스를 사용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대기업 화주들을 공략하면서도 무주공산인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로열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높은 서비스의 질이 입소문을 탔고 기업 회원들이 스스로 고고엑스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남 대표는 “6년 간 열심히 영업한 결과 ‘우리 직원이 사용해봤는데 좋다더라’며 찾아오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났다”며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반복되는 일을 맡기다 보니 업무 능숙도가 매우 높아져 기업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하던 고고엑스는 현재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카카오와 SKT 등 ‘빅테크’들의 등장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고 플랫폼화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막대한 실탄을 갖고 있는 이들과 대등한 싸움을 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남 대표는 빅테크들이 화물운송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모빌리티뿐 아니라 ‘커머스’에서 찾았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 SK텔레콤은 11번가와 이 사업을 연결지을 거란 얘기다. “이 시장은 단순 ‘퀵서비스’ 시장이 아니라 수많은 소상공인, e셀러들을 확보할 수 있는 접점이예요. e커머스 업체들이 소상공인들과 판매자들을 업의 근간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물류를 잡으면 이들을 자신들의 채널로 끌어들이고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처음엔 퀵서비스로 출발하지만 곧 더 큰 화물로 사업을 확장할 거라 봅니다.”

고고엑스는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투자자도 찾는 중이다. 남 대표는 “미래에는 2~3개 플랫폼이 시장을 과점하게 될 걸로 전망한다”며 “6년 간 다진 평판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기사 모두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우리만의 영역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