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사면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갈리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승리로 인해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대 사라졌던 계파 갈등이 또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 등 당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탄핵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와있다"며 "탄핵 블랙홀에 빠지면 도로 탄핵당,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기하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대정부 질문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며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해주시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대정부질문을 일일이 사전에 내용 체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의원 개개인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면서 "그것을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관련해서는 "사면 요구 관련해서 비판 들어본 적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면을 바라고 있고, 국민의힘서 사면 요구 비판하는 취지 공식적으로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면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1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2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의 이야기가 나왔다"며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회초리를 세게 맞는 것을 보고서도 떠오르는 것이 없는지 우리당 의원님들께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탄핵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받고 국회 로텐더 홀에서 우리당 의원 전원이 무릎을 꿇어가며 국민들께 사죄를 구한 것이 불과 4년 전"이라며 "젊은 세대가 우리당을 두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말까지 하는 것이 아니겠냐"라며 반문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성명서를 내고 " 전직대통령들의 과오와 탄핵에 대하여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시는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더욱 치열한 고민을 할 때임에도 사면론, 당권경쟁 등 여의도 정치에 매몰된 것에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