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사흘 만에 구성한 부동산특별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특위는 여당의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위 활동에 따라 정권 재창출의 명운이 달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2006년 부동산특위를 꾸린 열린우리당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부동산특위가 단일 창구”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앞으로 부동산특위에서 정책을 단일화해 최종적으로 당정 간 방향성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부동산특위를 출범시켰다. 윤 원내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부동산특위를 구성한 건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성난 ‘부동산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특위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대출규제 완화, 1주택자 공제 등 부동산 전반의 정책 변화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부동산특위는 주택 공급, 주택 금융, 주택 세제 및 주거 복지 등 부동산 관련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국토위,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부동산특위 ‘어게인 2006’대선 1년 전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가동되면서 열린우리당의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인 2006년 부동산 특위를 구성했다. 집값 급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140석 여당 지지율까지 곤두박질치자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취지였다.
특위는 전·월세 상한제,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건설회사 수익률 규제 등 반(反)시장적인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마찰을 빚었다. 노 대통령이 레임덕을 겪었던 시기인 데다 정권 연장 가능성마저 줄어들면서 당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관료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당정 불협화음 노출할까민주당 안팎에서는 윤호중호(號)의 부동산특위가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벌써부터 특위 출범 전후로 민주당 의원들이 확정되지 않은 재산세와 종부세 인하 방안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1가구 1주택의 경우 종부세 적용 대상을 공시지가 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이 주된 검토 대상이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주장해온 상위 1~2% 주택에 종부세를 매기는 검토안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는 ‘가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조세 부과 체계에 어긋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위 활동이 본격화되면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여당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당권주자들은 앞다퉈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각각 40%와 60%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9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홍영표 의원은 현행 종부세 부과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을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종부세 완화 카드를 꺼냈다. 우원식 의원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아닌 여당이 주도권을 가지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 세수,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여당의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부 역시 민주당의 무주택·1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에는 공감하고 있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과거처럼 노출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