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 시작…勞 "1만원" vs 使 "8720원 동결"

입력 2021-04-20 17:29
수정 2021-04-21 01:10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대국민 약속(시급 1만원)을 지켜야 한다.”(노동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고려해 동결해야 한다.”(경영계)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사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4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 10.9%, 2.9%, 1.5%로 널뛰기를 하면서 노사 양측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사 간 갈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매년 3월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을 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90일 내에 최저임금액을 정해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경영계위원, 공익위원이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상견례 성격의 첫 회의였지만 노사 양측의 공방은 뜨거웠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인 1분위 근로소득은 13.2%나 감소한 반면 5분위는 오히려 1.8% 증가했다”며 “올해 심의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결정인 만큼 국민에게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시급 1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올해 시간당 8720원인 최저임금을 14.7% 올리자는 얘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며 “최저임금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으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고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국내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최저임금 부담 주체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심의도 최저임금의 안정적 기조 아래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이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테이블”이라며 “소모적이지 않고 생산적인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공익위원 교체를 요구했다. 현 공익위원단이 최근 2년간 인상률을 2.9%와 1.5%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경영계로 기울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2년간 역대 최저치 인상을 주도한 공익위원들은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특히 박준식 위원장과 공익간사인 권순원 위원은 책임을 물어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는 공익위원 교체 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번 최저임금 심의가 현 정부 마지막인 데다 심의 연속성을 고려해 전원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노동계의 보이콧에 대비해 ‘성의 표시’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