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개정안은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의 보증·공제 대상을 설계·감리 등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된 모든 공사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엔지니어링법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조합이 이미 해오던 사업을 법에 명시하려는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등 다른 보증기관들은 “엔지니어링조합에만 특혜를 주는 불공정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 등 3개 보증기관은 전날 엔지니어링법 개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조합원 2만1000여 개사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 1월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엔지니어링조합이 설계·감리뿐 아니라 이를 포함한 공사에 대해서도 보증·공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건축·토목·플랜트 등 기간산업과 밀접한 엔지니어링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개정안에는 민주당 의원 10명이 서명했다.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엔지니어링 활동은 건설공사의 부수적인 영역에 불과하다”며 “엔지니어링조합의 보증·공제 업무를 전체 건설공사로 무작정 확대하면 입법 취지가 왜곡된다”고 했다.
반면 산업부는 “조합은 2012년 엔지니어링법 개정 이후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된 건설공사에 대한 보증 업무를 사실상 해왔기 때문에 이를 법제화하려는 것”이라며 “현행 건설기술 진흥법상으로도 엔지니어링조합은 적법하게 건설 용역의 보증·공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기준 엔지니어링조합원은 2686개사, 출자금은 9000억원이다. 조합원 규모는 건설공제조합(1만2521개사) 대비 4분의 1, 출자금(6조1000억원)은 15%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엔지니어링조합의 보증 업무를 확대하면 공제조합 간 보증 수수료 과당 경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설립 목적이 다른 조합 간 경쟁을 부추기는 건 각 산업 발전을 위해 제정된 법들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공제조합들이 엔지니어링조합과 경쟁하기 위해 보증 수수료율을 대폭 낮출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공제조합들이 부실화를 막기 위해 7만3000여 개 중소 건설사에 비용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엔지니어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곳이 넘는 다른 산업 분야 공제조합도 줄줄이 사업 영역 확대를 골자로 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