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일당 체제인 쿠바에서 최고 권력 자리인 총서기직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61)이 선출됐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카스트로 형제’가 아닌 인물이 총서기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바 공산당은 19일(현지시간) 당 중앙위원회가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라울 카스트로(89)를 이을 총서기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형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2011년부터 당을 이끌어오던 라울 카스트로는 앞서 총서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4월 19일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당의 설립자이자 안내자였던 한 세대가 책임을 넘겨줬다”고 썼다.
라울 카스트로는 2018년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국가원수 자리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주며 그가 카스트로 형제를 이을 후계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후 2019년 쿠바가 43년 만에 대통령직이 부활하면서 디아스카넬의 직함은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디아스카넬은 쿠바 혁명 이후에 출생한 세대다. 1960년 쿠바 중서부 산타클라라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2003년 공산당 정치국에 합류했으며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에 오른 이듬해인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2012년에는 행정부 2인자인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에 지명돼 카스트로 형제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디아스카넬은 쿠바에서 한때 금기시된 ‘비틀스’ 팬이기도 하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정부 시절인 1960~1970년대 쿠바 젊은이들에게 이념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며 방송 등에서 비틀스 음악을 내보내는 것을 막았다.
디아스카넬의 이미지는 카스트로 형제와는 다르지만 쿠바 공산당 일당 체제와 사회주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가 ‘정책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다만 미국의 제재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쿠바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혁·개방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