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빅클럽들이 유럽축구연맹(UEFA)의 챔피언스리그에서 탈퇴해 별도 리그인 슈퍼리그를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정난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축구계뿐 아니라 국가원수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증시에 상장된 빅클럽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9일(현지시간) 6.81% 오른 17.26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장에서는 유벤투스 주가가 17.85% 급등해 0.911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유럽 구단의 주가 상승은 전날 발표된 슈퍼리그 출범 성명 때문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6개,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3개,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 △AC 밀란 △인터밀란 등 3개 구단 등은 슈퍼리그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슈퍼리그는 여기에 세 팀을 추가하고 해마다 자국 리그 성적에 따라 다섯 팀을 선정해 총 20개 팀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빅클럽들이 슈퍼리그 참여를 선언한 것은 돈 때문이다. 이들 구단은 리그 수입의 대부분을 최상위권 팀이 일으킴에도 분배금은 절반 이하로 묶어놓은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실적은 더 악화됐다.
슈퍼리그가 출범하면 강팀끼리 맞붙는 경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수익을 15개 구단끼리만 나눌 수 있어 분배금도 증가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슈퍼리그 출범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JP모간체이스는 리그에 참여하는 구단 한 곳당 최소 25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챙긴 금액의 네 배가 넘는다.
하지만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은 슈퍼리그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슈퍼리그가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해치고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슈퍼리그는 ‘닫힌 리그’다. 창립구단 15개 팀은 아무리 경기를 못해도 강등되지 않는다. 작년 상위권에 있었어도 올해 못하면 하부리그로 떨어지는 기존 리그와는 다르다. 무명의 레스터시티가 2016년 창단 132년 만에 EPL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열린 시스템이 있었던 덕이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인 슈퍼리그에서 이런 동화는 볼 수 없게 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