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플파크 본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특별 행사를 열고 신형 아이패드를 포함한 제품을 선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태블릿PC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올해 태블릿PC 시장 독주 체제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노트북과 태블릿PC 신제품으로 애플의 독주를 막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태블릿PC 시장 코로나 특수에 대처하는 자세는 정반대다. 애플은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신형 아이패드 제품으로 '고가(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삼성은 갤럭시탭S·A 시리즈의 하위버전 격인 보급형(라이트) 제품을 내놔 가격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미니 LED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신형 공개"맥루머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미니 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미니, 보급형 아이패드를 공개한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다니엘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11인치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 프리미엄급 모델에는 미니 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미니 LED 디스플레이가 채택되면 뛰어난 명암비와 HDR(High Dynamic Range) 지원으로 색재현률이 이전 모델 대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디스플레이는 생산단가가 비싸고 수율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이패드 프로 신형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현지에선 이번 신제품 아이패드 프로 12.9형 가격이 전작의 시작 가격인 999달러(약 111만원, 128GB·와이파이 모델 기준)와 같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애플은 코로나19로 태블릿PC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번 제품에도 '고가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아이패드 외에 분실물을 추적할 수 있는 에어태그와 3세대 애플펜슬, 다양한 색상의 아이맥도 함께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 태블릿·노트북 잇따라 공개삼성전자도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신제품 공개 행사(언팩)를 열고 노트북 신제품을 공개한다. 삼성전자가 언팩 행사를 통해 노트북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되살아난 노트북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 프로'·'갤럭시 프로 360' 등을 공개할 전망이다. 갤럭시 북 프로와 갤럭시 북 프로 360은 각각 13인치, 15인치 크기로 예상된다. 프로 모델은 기존 노트북과 비슷한 폼팩터지만, 프로 360 모델은 360도로 접을 수 있는 터치 패널과 S펜을 적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역성장하던 노트북 시장은 지난해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교육 등의 확산으로 9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노트북 대수는 총 1억7300만대 수준으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1억7500만대, 내년에는 1억7700만대 규모의 노트북이 출하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애플의 '고가 태블릿PC'에 대응하기 위해 보급형 태블릿PC를 선보인다. 오는 6월 태블릿PC 신제품 '갤럭시탭S7 라이트'와 함께 보급형 태블릿 신규 모델인 갤럭시탭A7 라이트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갤럭시탭S7 라이트는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탭S7의 하위 버전이다.
갤럭시탭A7 라이트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라인업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플래그십 태블릿 모델로 갤럭시탭S 시리즈를, 보급형 태블릿 모델로 갤럭시탭S 라이트와 갤럭시탭A 시리즈를 운영해 왔다. 갤럭시탭A7 라이트는 갤럭시탭A 시리즈의 하위 버전으로, 갤럭시탭A 시리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가을에 출시된 갤럭시탭A7의 셀룰러 모델은 출고가가 35만2000원, 와이파이 모델은 33만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800달러 이하의 태블릿PC 시장을 공략해 애플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태블릿 시장 '애플 천하'전 세계 태블릿 시장은 여전히 애플의 독주 체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5880만대의 태블릿PC를 출하해 시장 점유율 37%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대비 출하량이 24%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비대면 업무 환경이 조성된 덕이다. 삼성전자는 3100만대의 출하량으로 2위(19%)에 올랐다. 이어 화웨이(10%) 아마존(10%) 레노버(9%) 순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아이패드 사업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난 84억4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노트북·데스크톱인 맥(Mac) 사업부문에서도 21% 증가한 86억8000만달러(9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