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는 투자 전문가(운용사)에게 금융 자산의 운용을 맡기는 것이기에 투자자를 대신해 자산을 운용해 줄 대상(펀드)을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펀드의 투자 전략, 투자 대상과 운용 실력 등을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펀드 중에서 투자 대상 상품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공모 펀드 투자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펀드의 운용 내역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 펀드 평가 자료가 많이 활용됩니다. 펀드 평가 자료가 펀드 투자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투자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판매회사들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와 ‘판매액이 가장 많은 펀드’를 간판처럼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겁니다. 이는 영화 관람이나 도서를 구매할 때처럼 해당 펀드의 가입을 유도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 펀드로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펀드 규모의 성장이 수익률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동안은 높은 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호적인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수익률이 하락하게 되면 판매 규모 증가에 비례해 환매 요청도 급속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펀드는 보유 자산을 매각해 환매 요청에 응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하락을 가속화 시킬 수 있고 자칫 장기간 수익률의 악순환 고리에 빠지기 쉽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펀드 가입 열풍의 선두에 섰던 펀드들이 그러했습니다. 펀드닥터가 보여주는 국내 주식형 펀드 자료를 보면 5년 전 최고의 수익률과 판매량으로 간판 펀드 역할을 했던 펀드들이 4월 5일 기준 5년간 누적 수익률 최하위 그룹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는 59%,코스닥 지수는 39% 상승했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은 213.48%, 최저 수익률은 -26.76%로 최저와 최고 수익률 차이가 240.24%나 됩니다.
펀드가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이행함으로써 시장 수익률보다 탁월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덱스 펀드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여러 조사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는 펀드 가입 시 최근의 높은 수익률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며 가입 후에는 주기적으로 운용 상황을 점검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최소한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운용보고서를 확인해 비교 지수 대비 수익률이 부진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주가 하락과 함께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시장 지수가 회복되면 펀드 수익률도 함께 회복될 것으로 믿고 방치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연정 CFA 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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