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행복한베이커리 첫 장애인 부점장 이세민 씨 "장애인 바리스타들에게 꿈 심어줄 것"

입력 2021-04-19 17:45
수정 2021-04-20 00:23
“여기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 카페라테 한 잔 주세요.”

한 바리스타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에도 능숙한 손동작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조작한다. 누가 봐도 숙달된 솜씨의 그는 발달 장애인 이세민 씨(사진)다.

이씨는 청와대 인근 푸르메센터 1층에 있는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종로점의 장애인 직원이다. 이 카페는 SPC그룹과 푸르메재단이 2012년 장애인의 자립과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푸르메재단이 장소 제공과 운영을 담당하고, 애덕의 집이 운영하는 장애인 제빵 업체인 ‘소울베이커리’가 베이커리 제품을 생산, 제공한다. SPC그룹은 인테리어와 설비, 자금을 지원하고 제빵 기술 교육을 담당한다. 기업과 민간단체, 복지시설이 협력해 재능을 기부하는 사회공헌 모델로 현재 종로점을 포함해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제과제빵커피 전문 교육시설 ‘SPC컬리너리아카데미’에서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이후 2015년부터 6년째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서 근무해왔다. 지난해 2월엔 국제 스페셜티커피협회(SCA) 자격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땄다. 이 자격증은 일반인도 따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커피 추출뿐만 아니라 생두 로스팅과 소비자 응대 등을 완벽히 이해해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엔 SPC그룹 소속 국가대표 바리스타인 송인호 강사가 있다. 송 강사는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에서 3년 연속(2017~2019년) 준우승을 차지한 전문가다. 두 바리스타는 SPC그룹이 개최한 ‘장애인 바리스타’ 대회에서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만나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2017년 행사에서 이씨가 커피 기술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게 계기였다. 평소 장애인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 제조법 간소화에 관심이 많았던 송 강사가 이씨의 트레이닝을 제안했다. 이번에도 시험을 앞둔 제자를 위해 수개월 동안 커피 추출과 이론 공부를 도왔다.

송 강사는 “커피를 만드는 데 장애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세민 바리스타는 집중력과 경청하는 태도, 겸손한 자세 덕분에 자격증을 따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바리스타가 되기 전 대화를 거의 하지 않던 아들이 세상과 대화하기 시작했다”며 “행복은 늘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우리 가족에게도 행복이 찾아왔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장애인 직원 가운데 최초로 관리자인 부점장으로 승진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이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지금은 신뢰가 높아졌다”며 “비장애인 직원과 장애인 직원이 서로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더 많은 장애인 바리스타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