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안팎에선 최근 1년간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및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반(反)기업법이 앞으로 더 많은 행정소송을 야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당 법들은 지금도 기업에 가해지고 있는 행정처분을 더욱 강화해 민·형사소송화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소송을 당하는 기업들은 유관 행정청에 대한 행정소송으로 응수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산업기본법 82조 등에 따라 건설현장에서 업무상 하자 또는 사고가 발생하면 당국은 건설사에 과징금 및 영업정지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더해 징역이나 벌금형 등 사업주의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면 기업 부담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 위반은 형사재판의 영역인 것처럼 보이지만 행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정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모든 법규는 해당 법규를 소관하는 행정청을 갖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을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법 및 징벌적 손해배상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들은 한 명의 피해자만 소송에서 이겨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까지 모두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죄질이 나쁠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최대 다섯 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내게끔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금도 품목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 마당에 앞으로는 민사상 배상까지 해야 할 지경이다.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는 행정처분보다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우선시하지만 한국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중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민사·형사·행정소송이 동시에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모든 것을 입법으로 해결하려 하니 그만큼 얽히는 소송도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비용 받는 변호사들만 속으로 웃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국의 행정처분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과징금 수준에 머물렀던 행정처분이 지금은 영업정지나 입찰 참가 자격 박탈 등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는 ‘탁상처분’이 계속된다면 기업들이 제기하는 행정소송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