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보고서 긴장감 사라진다…"2분기 환율 평균 1080원"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4-19 11:34
수정 2021-04-19 14:47
전세계 외환당국이 한숨을 돌렸다. 미국 재무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발간한 첫 번째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을 선정하지 않은 까닭이다. 환율보고서로 중국 등을 압박한 트럼프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퍼지고 있다. 글로벌 환율·관세전쟁 우려가 옅어지는 동시에 한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겹쳐지면서 올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1080원까지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11시28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원 내린 1115원30전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환율은 70전 오른 달러당 1117원으로 출발했지만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연 1.7%대로 치솟았던 미 국채 금리가 연 1.5%대로 내려가면서 오름세를 나타냈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올라갔고 그만큼 원화가치가 뛴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상장사들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을 지출하면서 달러가 잠시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는 만큼 당분간 환율 낙폭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환율은 2분기 들어 갈수록 내려갈 전망이다. 원화가치 등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2016년 4월 이후 관찰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관찰대상국은 미국의 지속적 환율 점검 대상에 오르지만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아일랜드 멕시코 등 11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아일랜드와 멕시코가 이번에 추가됐다. 재무부는 종전까지 베트남과 스위스에 적용했던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했다. 하지만 스위스 베트남 대만은 심층분석국으로 지정해 통화 저평가 등을 초래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재무부는 각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통화 정책을 고려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동맹을 중시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가 지난해 1월 해제했다. 또 지난해에는 베트남과 스위스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이들 정부와 상당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환율보고서를 정치 무기화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물론 환율보고서 일부에는 중국에 압박을 줄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활동, 환율관리체제의 정책목표, 인민은행과 국영은행 간 외환거래 관계 및 역외 위안화 시장에서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환율보고서는 이전 정권 과 비교해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면적인 관세·환율 전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경기 등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수급을 반영해 중국 위안화는 오는 2~3분기 추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올 2분기 평균 환율을 1080원으로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