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서울 홍대 패션거리에 대형 매장을 마련하고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다.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에 집중해온 무신사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다. 중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탑텐’ ‘스파오’ 등이 밀집한 패션거리에 들어서는 만큼 온·오프 업체 간 한바탕 ‘홍대 대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신사, 홍대에 첫 플래그십스토어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다음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선보인다. 홍대입구역은 네이버라인, 카카오프렌즈,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 대기업 플래그십스토어가 모여 있는 지역이다. 인근에는 홍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교가 있고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아 2호선 강남역 다음으로 광고 효과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무신사를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10~20대인 점을 감안해 홍대앞에 매장을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매장은 지하 1층~지상 2층 전용면적 826㎡(250평) 규모로 들어선다. 무신사는 패션계 ‘쿠팡’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만큼 지금까지 무신사 옷을 입어볼 매장이 없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고객센터에 ‘무신사 옷을 직접 입어보고 사고 싶다’는 고객의 요청이 많아 첫 매장을 열게 됐다”며 “1호 매장의 성공 여부가 전국으로 오프라인 상점을 확대할지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에서 처음 선보이는 오프라인 매장인 만큼 구성에 남다른 품을 들였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을 넘어 휴식·여가·문화를 즐기는 쇼핑공간을 원하는 젊은 층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유니클로 등 일반 SPA 브랜드가 단순히 의류를 매대에 전시해 놓는 데 집중했다면, 무신사는 과감하게 의류 숫자를 줄이고 볼거리 위주로 매장을 구성할 예정이다. 앞서 2019년 홍대 경의선 숲길 인근에 선보인 ‘무신사 테라스(musinsa terrace)’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며 인지도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유니클로’ 공백 자리 놓고 SPA와 대전홍대 인근에는 중저가 SPA 브랜드가 몰려 있어 무신사의 오프라인 진출에 따른 ‘홍대 대전’도 관심을 끌고 있다. 홍대 패션거리와 양화로를 따라서 스파오와 H&M, 자주(JAJU), 탑텐, 자라(ZARA) 등 패션 브랜드가 몰려 있다. 지난 3월 SPA 브랜드 중 매장 규모가 가장 크던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으로 홍대점을 정리하고 빠져나간 뒤 국내 SPA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나간 공백이 생긴 만큼 무신사에는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1위인 무신사는 최근 수년간 폭풍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1% 증가한 331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55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대표 상품인 슬랙스는 지난해 100만 장 이상이 팔렸다. 고속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오프라인 점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있어 기존 백화점에 입점할지 아니면 자체 매장을 열지 저울질하고 있다”며 “이번 오프라인 매장 성과에 따라 전략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