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표현의 자유 막는 전단법…美청문회 지적 당연"

입력 2021-04-18 18:01
수정 2021-04-19 01:43
“‘내정 간섭’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한 집안의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가장만 관여할 수 있다고 하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겸 동국대 법대 교수(65·사진)는 18일 최근 미국 의회의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청문회와 관련, 정부·여당 일각에서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20세기 초반의 사고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물망초는 국군포로 송환과 탈북민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사단법인이다.

박 이사장은 서울 장충동 동국대 연구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세기 초 국제사회가 내정이라는 이유로 침묵하다가 화를 불러온 집단이 바로 나치였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1977년 MBC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17대 국회의원(자유선진당)을 지내기도 했다. 서슬 퍼런 군부 독재 시절의 기자 생활은 ‘표현의 자유’를 몸으로 깨닫게 했다. 박 이사장은 “내가 쓴 기사를 빨간 펜으로 지우거나 못 내보내게 하고, 취재도 못 하게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그런 경험을 통해 표현의 자유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그를 법학자의 길로 이끌었다. 박 이사장은 “미국 독립 혁명 당시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에서 자유는 표현의 자유”라며 “자신을 표현하려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물망초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헌법소원을 냈다. 이 법이 헌법이 명시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박 이사장은 “수많은 탈북자를 만나 얘기해보면 북한 주민들이 대북 전단을 통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 어느 곳보다 한류 열풍이 거센 곳이 바로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는 김여정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자 네 시간 만에 ‘준비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는데, 헌법을 고려하지 않는 ‘악법’이기에 그 시간에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북한 인권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2012년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항의해 중국대사관 앞에서 11일간 단식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실제로 중국 정부의 북송 자제 약속과 함께 중국 내 국군포로 가족과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송환되는 결과가 이어졌다.

박 이사장은 “인간의 기본권은 국가 간 장벽을 넘는 문제”라며 “국가를 지키다 사로잡힌 국군포로들과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정부가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권리장전을 통해 인권의 가치를, 미국은 대통령제를 통해 삼권 분립의 가치를,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수출했다”며 “우리도 자동차나 스마트폰 같은 상품만 수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한국만의 인권 개선 프로그램이라는 ‘가치’를 세계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