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 1년1개월여 만이다. 지난 1년간 증시를 주도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은 증시라는 운동장에 개미들과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적수가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가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외국인 매수세를 유입시킬 것이라는 긍정론과 주가를 급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모두 동의하는 사실도 있다. 공매도의 타깃이 되는 종목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종목이 공매도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지 알아봤다. 고평가 종목 주시해야증권업계는 고평가된 종목에 공매도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본래 가치에 수렴한다는 기본논리를 대입하면 고평가된 종목이 내려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매니저들이 공매도할 종목을 찾을 때 밸류에이션부터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했다.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김경훈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2주마다 발간하는 ‘롱숏 리스트’를 참고할 만하다. 그는 영업이익, 순이익, 증권사 투자의견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쇼트 포지션(공매도)을 구축하기 좋은 종목을 발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이마트, 삼성중공업, LS일렉트릭, 셀트리온은 18일부터 23일까지 쇼트 포지션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중 엔씨소프트와 셀트리온은 ‘컨빅션 쇼트(Conviction Short)’ 종목으로 꼽혔다. 컨빅션 쇼트란 공매도 성공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 엔씨소프트 등 컨빅션 쇼트 종목은 최근 2주간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내려가고 있으면서 밸류에이션(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5년 평균을 하회하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LG일렉트릭 등 일반 쇼트 리스트는 밸류에이션은 고평가돼 있지 않지만 실적 추정치가 내려가고 있는 종목들이다. 목표가 넘으면 오버 밸류?주가가 평균 목표주가를 넘어선 종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공매도 가능 종목을 추릴 때 목표주가를 참고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목표주가를 넘은 기업은 카카오, 포스코케미칼, HMM,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지주 등이다. 목표가 10% 이내에 접근한 종목은 아모레퍼시픽, 한국조선해양,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금융지주, 두산밥캣이다.
카카오는 평균 목표가가 10만574원이지만 16일 종가 기준으로 11만9000원을 기록했다. HMM은 목표가가 2만1560원이지만 주가는 3만1150원이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는 목표가를 10% 이상 상회했고, 포스코케미칼은 목표가를 소폭 넘어섰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목표가를 넘어서도 주가가 더 오르는 경우가 있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전환사채 많아도 조심전환사채(CB) 발행이 많은 종목에도 공매도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종목은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확정짓는 ‘델타기법’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관계자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 2주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수익을 확정지으려는 유인이 크다”고 했다.
예컨대 주식 전환가격이 5만원인데 주가가 10만원일 경우 주식을 빌려 10만원에 공매도하면 5만원의 수익을 바로 확정지을 수 있다. 주가가 10만원을 유지해도 5만원에 전환해 빌린 주식을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공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그 차액만큼 추가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 화승엔터프라이즈, 키움증권, 롯데관광개발이 델타기법을 통한 공매도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들 종목에 각각 5631억원, 1173억원, 633억원, 579억원의 공매도가 유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