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외쳤다. 남녀 모두 100일 간의 의무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 전체 병역 자원을 늘리고, 현재의 18개월 의무복무 기간을 폐지하고 모병제 중심으로 군을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의 분노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이 군복무나 취업 과정에서의 역차별 등 이들의 마음을 노린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오는 19일 발간하는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 모병제 전환과 남녀평등복무제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일에서 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자"며 "여성의 군복무를 통해 의무복무기간을 줄이고 병역 대상을 넓히면 청년 세대의 경력 던절 충격을 줄이고 사회적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연일 군 복무와 남녀 역차별 등 20대 남성의 분노하는 이슈를 거론하며 이대남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지난 15일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승진 평가에서 군 경력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기존 정부 입장에 역행하는 법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올초 공기업의 승진 평가 기준에서 군 복무 경력을 제외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주요 공기업에 내려보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이 지침에 따라 승진 자격 심사에서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초선인 김남국 의원도 20대 남성 달래기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역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공무원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국 지역자치단체가 채용 과정에서 군 경력을 인정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거 직후 20대 남성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것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0%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범진보 지지성향이 강했던 20대 남성이 민주당의 강력한 적대계층으로 돌아서자 뒤늦게 이들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는 당내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분노한 표심을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약속이 현실적인 지원책보다는 민주당 당론이나 헌법재판소 심의 등을 통과하기 어려운 정치적 수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 등 일부 의원은 군가선점 재도입도 논의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는 이미 1999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내려져 폐지된 사안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