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이제 백일된 아이, 친자 검사를 하자는 남편

입력 2021-04-17 05:14


"나를 당연히 믿지만 확실하게 하고 싶으니 유전자 검사를 하고 싶다는 남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최근 친자 검사를 하자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A 씨는 "제가 AB형, 남편이 B형인데 혈액형이 O형인 아들이 태어났다"고 전했다.

친자 논란을 제기할 수 있는 이번 사례에 특이한 점은 A 씨가 Cis AB형이라는 것이다.

Cis AB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유전자 정보를 익힐 필요가 있다.

서울대학교 의학 정보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는 22개의 상염색체와 1개의 성염색체를 부모 각각으로부터 1쌍씩 물려받아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ABO 혈액형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22개의 상염색체 중 9번 염색체에 있다. 즉 부모로부터 A, B, O 세 가지 종류의 유전자 정보를 각각 이어받아 그 조합에 따라 표현되는 ABO 혈액형의 종류가 달라진다.

그러나 A/B형인 부모의 세포가 분열 과정 중 9번 염색체가 서로 맞물려 정보를 교환하는 상황(unequal crossing-over)이 발생하면 한 염색체에 A와 B에 대한 유전자가 모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A와 B 유전자가 함께 자식에게 모두 유전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ABO 혈액형의 유전 양상과 달라진다. Cis-AB인 사람과 O형인 사람 사이에서 AB형이 태어날 수 있고, Cis-AB형인 사람과 A형(A/O)인 사람 사이에서 O형이 태어날 수 있어 가족 간에 혈액형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헌혈을 자주 했던 A 씨는 자신의 이런 특성을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남편과 연애 시절 "우리도 나중에 이러는 거 아냐?"라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랬던 남편이 출산 100일 만에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제안해 왔다.

A 씨는 "저는 연애 때부터 한 번도 의심받을 짓을 하지 않았으며 주변에 남사친조차 없었다"며 "나 스스로 당당하니 검사하자고 하면 그만인데 왜 이리 기분이 착잡한지 모르겠다"고 고뇌를 전했다.

이어 "너무 기분이 나빠서 다툼을 벌였고 지금 냉전 상태다"라며 "내가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남편은 '정말 미안하지만 친자 검사는 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후통에 몸도 아픈데 이런 일까지 있으니 너무 우울하고 결혼 생활 자체에 신뢰가 흔들리는 기분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남편의 요구가 있으면 아내는 무조건 친자 확인에 응해야 할까.

이로 인해 무너진 부부간의 신뢰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 걸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이 친자가 아니라고 아내를 의심한다면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파도같이 밀려올 것이다"라며 "부부간에는 친생자로 추정이 되고 설령 의심되어서 친자 검사를 해도 막상 친자 검사를 해도 친자로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만약 남편이 근거도 없이 아내를 의심해서 친자 검사까지 해서 친자로 확인되고 이에 아내가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면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지나친 의심으로 인한 혼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간혹 친자 불일치 결과가 나오는 사건도 있다"며 "만약 아이가 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오히려 남편이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남편은 자신을 속이고 친자라고 기만한 아내에게 이혼소송 및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친자 검사를 하기 전 A 씨가 남편을 향해 "만약 ‘친자로 확인되면 위자료를 지급하고 이혼한다’는 각서를 써달라"고 가정할 경우 이 내용의 각서가 효력이 있을까.

이 변호사는 "일반인 간의 각서는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부간의 각서는 내용에 따라서 일반인 간의 각서와 달리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며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개인의 권리를 심하게 제한하는 각서는 효력이 없지만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효과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서나 합의서는 작성한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원칙이니 작성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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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