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공기업과 금융회사 위주였던 ESG 채권 발행 시장에 제조업 등 일반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올해 채권 발행액이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섰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주은행은 오는 26일 1500억원어치의 ESG 선순위 은행채를 발행한다. 전날 실시한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2200억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다. 소상공인 지원 대출 등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만도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부품 생산설비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500억원어치의 ESG 채권을 22일 발행한다. 이 밖에 SK종합화학과 한화건설 등도 이달 하순 ESG 회사채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올 들어 민간 기업이 발행한 원화 ESG 채권 발행액은 9조3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4조2400억원)를 크게 넘어섰다. 연초부터 LG화학이 역대 최대인 8300억원어치의 ESG 채권을 발행했고 현대제철(5000억원) 현대오일뱅크(4000억원) 현대자동차(4000억원) 등은 그린본드를 발행해 친환경 사업용 자금을 끌어모았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ESG 채권 발행 사례도 가파르게 늘었다. SK하이닉스가 연초 10억달러의 ESG 채권을 내놨고, 이달 들어선 기아가 7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170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최근 투자 기관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정책적으로 ESG 채권 투자를 확대하고 자산운용사들도 잇달아 ESG 펀드를 설정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더 많은 돈을 낮은 금리로 빌리면서 ‘친환경 기업’이라는 인식도 제고할 수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신용등급 AA급 기준 회사채 중 ESG 채권은 일반 회사채에 비해 0.05%가량 낮은 금리를 형성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