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동남아시아 출신의 ‘괴물 선수’가 또 등장했다. 스폰서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는 필리핀 국적의 유카 사소(20)가 주인공이다.
사소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카폴레이GC(파72·6397야드)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2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쓸어 담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1라운드에서도 8언더파를 몰아친 그는 이틀 합계 16언더파 128타로 반환점을 돌았다.
직전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22)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동남아 선수의 우승 도전이다. 사소는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않는다”며 “내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8년 만에 초청 선수 우승 도전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주로 활약해온 사소는 초청 선수답지 않게 안방처럼 코스를 요리했다. 그가 이번 주 기록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82야드다. LPGA투어에서 멀리 치기로 유명한 김아림(26)이 사소보다 3야드 더 보냈다. 사소는 그린 적중률(91.67%), 평균 퍼팅 수(27개)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약점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만 20세 이전에 이미 JLPGA투어 2승을 보유한 사소는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유망주다. 필리핀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세계 최강 한국을 누르고 여자골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키는 166㎝로 크지 않지만 장타에 군더더기 없는 쇼트게임 능력까지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LPGA투어 직행 티켓을 노리는 사소는 투어 사상 8년 만에 초청 선수 신분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초청 선수가 우승한 가장 최근 기록은 2013년 캐네디언 여자오픈에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4)가 세웠다. 당시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초청 선수 신분으로 2012년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우연하게도 리디아 고가 이번 주 사소의 우승 길목을 지키고 있다. 리디아 고는 이날 버디만 9개를 낚아채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여 이틀 합계 14언더파로 사소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는 이날 83.33%(15/18)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하고도 퍼팅을 24개로 막는 ‘짠물 퍼팅’을 선보였다. 리디아 고는 “공이 예상한 대로 굴러간다”고 말했다. 김효주 등 한국 선수들 추격 고삐한국 선수들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날 이글 1개를 포함해 7타를 줄인 김효주(26)가 중간합계 11언더파 공동 3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전날 공동 3위였던 유소연(31)도 이날 4언더파를 쳐 이틀 합계 11언더파로 김효주와 함께 선두권 추격에 가세했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올 시즌 투어에 합류한 김아림은 시즌 세 번째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커트 통과에 성공했다.
그는 이틀 합계 10언더파 공동 7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1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적어내는 데 그쳤던 김아림은 이날 버디 9개(보기 1개)를 휩쓸어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김아림은 “어제보다 경기가 잘 풀렸다”며 “완벽한 하루였다”고 했다.
미국 선수 중에선 올 시즌 1승을 챙긴 넬리 코르다(23)가 11언더파 공동 3위로 역전극을 꿈꾸고 있다. 엘리 유잉(29·미국)이 10언더파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프슨(26)은 9언더파 공동 10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