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재판 방청객 "양부 학대 몰랐다? 오히려 부추기더라"

입력 2021-04-16 10:54
수정 2021-04-16 11:06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의 피고인 양모가 사형을, 양부가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받았지만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의 공분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와 휴대전화 속 영상으로 비추어 볼때 양부가 학대를 몰랐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적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공판에서 양모 장 모 씨는 정인이에 대한 학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발로 배를 밟지 않았고, 때린 것은 맞지만 사망할 줄은 몰랐다"고 고의성을 부인했다.

양부 안 모 씨는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 상태다.

14일 진행된 정인이 결심공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A 씨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증거로 제출된 정인이 부검 사진을 봤다. 애기가 머리부터 몸 구석구석 학대 증거가 너무나 정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그 앞에서도 계속 양부모는 말도 안 되는 변명, 이유를 댔다"면서 "특히 양부는 자기는 학대 사실을 진짜 몰랐다고 계속 부인하는 그 행태에 정말 너무 화가 너무 치밀어 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공판에서는 양부모의 휴대 전화를 복원한 후 찾아낸 증거 영상도 공개됐다.

A 씨는 "사망 당일 잠에서 막 깬 애가 걸어 나오는데 계속 이리 오라고 소리 질러서 애가 겁먹은 영상, 양부가 찍었다는 영상에는 애를 강제로 박수를 치게 해서 애가 결국 울고 하는데도 계속 박수를 멈추지 않고 애기 손을 잡고 강제적으로 그렇게 하는 모습이 있었다"면서 "부모라면 아이 예쁘고 그런 모습을 찍고 할 텐데 왜 그런 가학적인 영상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아기 표정은 정말...그건 보셔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한지 두 달도 안 된 시점, 정인이가 8, 9개월 때인데 '귀찮은 X'이라고 표현을 했다"며 "양부모가 나눈 대화를 보면 절대 정인이를 사랑하고 아꼈다는 자신들의 말처럼 그런 부모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양부가 양모의 학대를 부추기는듯한 '한 달 동안 굶겨라, 하루 종일 굶겨라'라는 말도 있었고, 양모가 욕하면서 힘들어하니까 '애기를 두고 잠깐 나갔다 와라' 그런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차량에 애기 혼자 두고 가서 신고가 된 상황에서 블랙박스 증거 남았는지 증거인멸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이건 진짜 공범이지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양부의 주장은 절대 말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정황은 "오늘은 폭력 참았다"는 장 씨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평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일상적으로 폭행이 행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두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장 씨가 정인이의 사망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어묵 공구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응급실을 찾을 때도 119보다 콜택시를 불렀던 장 씨는 의사에게서 정인 양이 숨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묵 공동구매 글에 댓글을 달았다.

정인이가 사망한 직후 장씨는 지인에게 "혹시 다른 일 없으면 놀 수 있을까요"라는 연락을 받고 "괜찮다(승낙의 의미)"고 답했다. 이어 "놀이터 가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정인이 사망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아기 엄마를 만나 놀이터에서 놀고, 어묵을 잘못 구매했다며 추가 어묵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도 했다. 주변에 정인이 사망사실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평상심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정인이 사망을 알고 연락한 지인에게는 “하나님이 천사 하나가 더 필요하셨나 봐요”라고 태연히 메시지를 보내는 대담함을 보였다.

검찰은 “자신의 행위로 아이가 사망했는데도 ‘하나님’ 핑계를 대면서 마치 운명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5월 14일 진행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