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남양유업이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고발당했다. 식약처는 심포지엄 내용이 '식품표시 광고법(식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양유업이 매출 부진 등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도 반짝 했다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고발로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반면 남양유업 경쟁사들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남양유업 공장이 멈추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순수 학술 목적 아냐"…식약처, 남양유업 고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표자가 남양유업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 때문이다.
당시 발표자는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불가리스 제품을)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발표가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식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식품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사건'에 이어 최근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되는 등 회사 이미지가 크게 안 좋아진 데다, 매출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수 마케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경쟁사를 비방하기 위해 댓글 작업을 벌인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카페 등에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 79건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온라인에 경쟁사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부정적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남양유업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연결기준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은 53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도 전년 대비 7.95% 감소한 9489억원으로 집계됐다. 남양유업의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11년 만이었다.
남양유업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는 것을 회사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심포지엄 건으로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장기화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리수 마케팅에 남양유업 주가 급락
이날 오전 11시26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전날보다 1만1500원(3.35%) 떨어진 33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3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32만원대로 내려가면서 5% 넘게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 14일에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무리수 마케팅 후유증이 커지는 형국이다.
식약처가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와 관련해 남양유업에 대한 행정처분을 관할 지자체에 의뢰하고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게 주가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식약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조항에 따르면 질병 예방·치료 광고 시 행정처분으로 영업정지 2개월이 가능하다.
덕분에 경쟁사인 매일유업 빙그레 롯데푸드 풀무원 등의 주가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같은 시각 매일유업은 전날보다 1700원(2.27%) 뛴 7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빙그레 풀무원 등 경쟁관계 회사들 주가도 1% 미만 상승 중이다.
매일유업은 남양유업과 직접 경쟁관계에 있다. 일부 수입 상품 판매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액이 유가공 제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남양유업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주요 경쟁사들의 반사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경/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