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공수처, 강제수사 이후 공수처 이첩 요청은 부적절"

입력 2021-04-15 18:19
수정 2021-04-15 18:32


대검찰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건 이첩요청권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15일 공수처에 전달했다. 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이뤄졌으면 그 후엔 사건을 넘기라고 요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첩요청권을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 24조에 대해 보완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등을 살폈을 때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으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두고 법조계서는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이라는 기준이 추상적이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공수처가 자의적으로 이첩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검은 우선 "'수사의 진행 정도'와 관련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이뤄졌으면 그 후엔 사건을 넘기라고 요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수사에 착수할 정도면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므로 그때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가면 오히려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기준이 아니라 수사 도중 인권침해가 발생하거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나오는 등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 범죄 사건 기소 여부를 공수처가 최종 판단한다는 '유보부 이첩' 내용이 담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안에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지난 3월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하면서 '기소는 공수처에서 하겠으니 수사를 마치고 다시 송치하라'는 공문을 보내 검찰과 마찰을 빚었다. 수원지검은 지난 1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기소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