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 산업”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미 세계 반도체 대전이 불붙은 상황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대통령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강한 지원 의지를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날 회의는 주요 전략산업 현황 점검과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해 대통령이 긴급 소집했고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까지 초청해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500억달러(약 55조8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미국은 물론, 독일도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를 지원해 ‘반도체 자립’을 이루겠다고 하는 판에 한국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랬다. 민관이 이날 머리를 맞댄 것은 다행이지만, 구체적 대책 마련에 시간이 필요해 업계의 속은 계속 타들어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왕 대책이 늦었다면 정부는 업계의 고충을 핀셋으로 정확히 집어내듯 지원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저것 끌어모아 ‘OO조원 지원’식으로 지원액만 강조하거나 ‘K반도체 전략’처럼 정권 홍보성으로 흘러선 안 된다. 경쟁국 대비 과도한 세부담 감면과 실질적인 규제 개선이 그 핵심이다. 반도체업계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율(1%)을 선진국 수준인 50%로 높이고,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를 통해 인력 양성을 지원해 달라고 수차례 정부에 호소해왔다. 반도체 제조설비의 전력과 용수 조달에서 지자체 반대에 따른 어려움도 여전하다. 정부가 짐짓 기업 현실을 재단하기보다는 이런 건의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대책일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현 정부 4년간 누적시켜온 각종 ‘덩어리 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규제 관련법 강화를 재고해야 마땅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런 기업규제 강화가 투자와 고용을 꼭꼭 막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속히 경영일선에 복귀해야 반도체 대전을 치를 수 있다는 업계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날 대통령이 강조한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란 말의 진정성이 입증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날 회의도 ‘보여주기 쇼’ ‘바이든 따라하기’에 그쳤다는 비난을 두고두고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