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키울 특별법 제정…R&D·시설투자 세액공제도 늘릴 것"

입력 2021-04-15 17:42
수정 2021-04-16 00:53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소집한 ‘글로벌 화상 반도체 대책회의’를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자동차 정보기술(IT) 분야 19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대했다면, 문 대통령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해운 분야 8명의 국내 기업 CEO를 초청했다.

업종은 4개였지만 핵심은 반도체였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반도체가 세계 경제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만큼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초격차를 만들지가 포인트였다. 반도체 세제 지원 확대폭은 국내 반도체업계는 초격차 유지를 위해선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때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청해왔다. 지난 9일 열린 정부와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의 간담회에서도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핵심 주제였다. 반도체업계는 “R&D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에 대해 50%까지 세액공제가 필요하다”며 “양산용 제조설비 투자비용도 세액공제 대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기본 1%다. 정부는 올해부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지능형 마이크로센서 등 ‘신성장기술분야’ 시설투자에 대해 공제율을 기본 3%로 올렸다.

하지만 이 정도 지원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40%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운드리(수탁생산)가 아시아에 편중돼 있다며 자국 내에 자체 공장을 지으라고 글로벌 반도체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 반도체산업 육성 방안도 발표했다. EU는 반도체산업 육성에 500억유로(약 6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중국도 15년 이상 기업 중 28나노 이하 공정을 도입한 기업에 법인세를 면제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도한 규제를 풀고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 반도체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핵심기술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금융·기반시설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반도체산업 육성을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도 제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용인 클러스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핵심 반도체 밸류체인별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상반기 반도체산업 종합지원대책을 담은 K반도체벨트 전략을 발표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기업과 정부의 공동 투자를 통한 반도체 인력 양성 및 핵심인력 보호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의 시장 개편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해왔다. 구체적으론 충전기 보급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고 친환경차 수요 확대를 위해 보조금 지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내연기관차는 대당 주유시간이 3분에 불과하지만, 전기차는 충전에 1시간 이상 걸린다. 중국은 배터리 교체 방식을 통해서 충전시간을 3분으로 줄였다. 하지만 한국은 공공장소 위주로 설치되고 있는 충전인프라의 구축 속도가 더뎌 친환경차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규모 수요창출 방안 등을 담은 ‘미래차 전환 전략’을 상반기에 내놓기로 했다. 우선 사업재편 지원펀드 등을 통해서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을 촉진하고, 차세대 2차전지 개발 등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용플랫폼 구축과 전기버스의 수소버스 전환 지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배터리는 우리에게 제2의 반도체와 같다”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만 “배터리 지원을 위한 특별법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훈/황정수/김일규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