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치른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의 94%가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오는 11월18일 실시되는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문과생이 크게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1874개 고등학교 3학년 34만6950명의 3월 학평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선택과목 중 문과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는 평균 30.54점이었지만 이과 학생이 대부분 선택하는 '미적분'은 50.58점으로 20점 이상 차이가 났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국어·영어만 공통으로 시험을 보고 수학과 탐구 영역은 따로 과목을 선택해 치렀다. 하지만 올해부터 문·이과생이 함께 수학 공통 과목 시험을 보고 '확률과 통계·기하·미적분 세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문과는 확률과 통계, 이과는 기하나 미적분을 선택한다. 등급과 점수는 문·이과생 전체를 모집단으로 통합해서 산출한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일반고 14곳, 자사고 2곳 등 서울 지역 16개 고등학교 3학년 4451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3월 학평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88.5%가 미적분을, 5.5%는 기하를 선택해 이과생 비율이 사실상 94.0%에 달했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 중 1등급을 받은 비율은 6.0%에 그쳤다.
수학 2등급의 83.4%, 3등급의 80.0%도 미적분·기하 선택 학생이 차지해 압도적인 이과 우위를 나타냈다. 5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54.1%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문과생 열세가 뚜렷했다.
교육계에서는 통합형 수능 시행에 따라 수학 성적이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만큼 문과생들의 고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하는 문과생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 한 고등학교 교사는 "문과생 중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 비율이 높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문·이과생들의 학력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재수생이 합류하는 본 수능에서는 수학 1등급의 문과 비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이과생이 대학을 한등급 올려 문과에 교차 지원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