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1년 중 골퍼들이 가장 반기는 달입니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잔디가 고개를 들고 푸른 빛을 내기 시작하고요. 날씨도 라운드하기에 가장 좋을 정도로 적당히 선선하지요. 식당 앞에서 ‘빈 스윙’을 하는 분들도 1년 중 이맘때 제일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나가면 좀처럼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마추어 골퍼의 가장 큰 적인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이죠. 특히 산간 지역에 주로 자리잡고 있는 국내 골프장 특성상 18홀 내내 강풍으로 고전하다가 원치 않는 스코어카드를 들고 오는 아마추어 골퍼를 많이 봤습니다.
바람은 프로 선수들에게도 상당한 걸림돌입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가 3명에 불과했는데요. 저와 현경이도 강한 바람에 한참을 고생하고 돌아왔습니다.
바람을 읽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풍량계를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아마추어 골퍼는 더더욱 캐디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마저도 베테랑 캐디가 아니라면 바람의 양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합니다. 공이 출발하는 지점과 떨어지는 지점의 바람 세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얼마나 더 보고 덜 봐야 하는지는 결국 골퍼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오랜 프로 생활을 거쳐 잔디를 활용하는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잔디를 한 줌 뜯어 공중에서 날아가는 쪽을 보고 바람 방향을 읽는 것이죠. 물론 여기까진 독자분도 많이 아실 겁니다. 프로들만의 노하우는 이다음에 숨어 있습니다. 프로들은 잔디가 어떤 각도로 날아가는지를 파악합니다. 잔디가 바람을 타고 눈높이에서 흩날리는지, 45도 각도 아래로 떨어지는지를 눈여겨봅니다.
저는 공중에 날린 잔디가 45도 아래로 떨어지면 그 방향으로 7~10m가량 공이 더 날아간다(7번 아이언 기준)고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잔디가 전방 45도 아래로 떨어지면 뒷바람이 세기 때문에 한 클럽 짧게 잡습니다. 반대로 잔디가 뒷방향 45도로로 떨어지면 앞바람을 고려해 한 클럽 더 길게 잡지요. 우측, 좌측으로 날아갈 때도 같은 원리입니다.
잔디가 어깨높이에서 수평으로 계속 날아간다면 최대 20m를 더 봅니다. 잔디가 땅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다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45도 이하의 각도로 힘없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바람이 덜 분다는 뜻입니다. 예측한 곳 5m 안팎의 지점에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 중지(조선 잔디)나 벤트그라스 기준입니다. 잎이 크고 무게가 있는 켄터키블루그라스 환경에서는 날아가는 각도를 보고 중지나 벤트그라스보다 1.2배 정도 더 세게 바람이 분다고 계산하면 됩니다.
박세수< KPGA 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