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없고 교양 없는 행동" 기자에 반발한 숙명여고 쌍둥이

입력 2021-04-15 09:17
수정 2021-04-15 09:19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으로 시험을 치러 1심서 유죄를 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자신에게 질문하는 취재진에게 손가락 욕을 한 후 논란에 휘말렸다.

쌍둥이 자매 중 동생 현 모(20)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이들은 이날 공판에서도 답안지 유출의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씨 변호인은 또 "아버지가 답안을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입수하고 유출했는지조차 특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명백한 증거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아 개전의 정이 없고 죄질이 불량한 데 비춰볼 때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학교 측이 정답을 정정했던 문제에 학생들이 낸 답의 분포 정도를 확인하겠다며 학교 측에 사실조회를 신청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2학년 1학기 화학시험 서술형 1번 문제가 의혹의 발단이었다. 문제는 (가)와 (나)에 포함된 수소 원자 수 비율을 구하는 문제다. 이 문제의 최초 정답은 ‘10:11’이었다.


한 숙명여고 재학생은 "시험 끝나고 가채점을 하는데 저는 ‘15:11’이라고 썼는데 갑자기 답이 ‘10:11’이라고 하더라. 집에 가서 세 번을 검토해도 답이 ‘15:11’이 나와서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는 이거 답이 잘못 나왔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답에 오류가 있었다. 이 문제의 실제 답은 15:11이었다.

화학 전문 강사는 "이 문제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한테 당연히 나올 문제다. (숙명여고) 학생들 대부분은 이런 화학 문제를 굉장히 잘 풀 거고, 난이도상 높은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쌍둥이 동생이 적은 답이 정정하기 전 최초 답안지에 있었던 ‘10:11’이라는 것이다. 정재완 숙명여고 교장은 ‘10:11로 오답을 적어낸 학생들도 꽤 있었냐’는 질문에 "그 학생 딱 한명이었다"고 답했다. 서술과정을 다 정확히 쓰고도 잘못된 정답을 쓴 유일한 학생이었던 셈이다.
이는 정답 유출의 여러 정황 중 하나로 꼽혔다. 쌍둥이 자매는 전교1등 비결로 "교과서 위주 암기"를 꼽았다.

재판이 끝난 뒤 손가락 욕을 한 이유를 묻자 자매는 "달려들어서 물어보는 게 직업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예의가 없는 행동이고 교양 없는 행동"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2017∼2018년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네티즌들은 손가락 욕을 하며 재판에 출석한 쌍둥이 자매에게 "반성없는 저 철면피행동 역시 부모들의 행동에서 배웠겠지. 컨닝하고 손가락 욕하는 네 행동은 예의 있고 교양있는 행동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