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혈전 생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세계에서 접종 중단과 도입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에 따라 미국 내 50개 주 모두 얀센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양대 약국 체인인 CVS와 월그린도 얀센 백신 투여를 중지하기로 했다. 이미 접종을 예약한 고객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나중에 다시 예약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FDA와 CDC는 이날 “미국 내 얀센 백신 접종자 6명에게서 뇌정맥동혈전증 같은 희소 혈전 사례가 보고됐다”며 “충분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얀센 백신의 접종 중단을 권장한다”고 알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날 접종을 곧바로 중단했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2만8900여 명의 보건·의료 종사자가 얀센 백신을 맞았다. 접종자 중 혈전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지만, 예방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게 남아공 당국의 설명이다. 얀센 백신을 승인한 캐나다는 접종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존슨앤드존슨에 혈전 사례와 관련된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얀센 백신 접종을 계획 중이던 유럽 국가들엔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얀센 백신의 공급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9일 일부 얀센 백신 접종자의 혈전 사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유럽의약품청(EMA)은 미 보건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얀센 백신의 접종이 중단되더라도 미국인 100%가 맞을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의 백신이 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얀센 백신이 아니더라도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6억 회분을 이미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6억 회분은 3억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에 5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백신을 당초 계약 물량보다 10% 늘릴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