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실험’에 시동을 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수차례 지급하면서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보편적 복지인 기본소득 논쟁이 달아올랐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이 중산층 이하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정부와 협의,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근로의욕 떨어뜨리지 않는 선별 복지
오 시장이 구상하는 안심소득은 소득기준선(중위소득의 100%)에 못 미치는 계층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 제도다. 기준소득과 연소득 간 격차의 절반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일수록 지원금을 더 많이 받는다.
연 2000만원을 버는 가구의 경우 4인 가구 중위소득의 100%인 연 5850만원이 기준선이 돼 연소득과 기준소득 간 격차(3850만원)의 절반(1925만원)을 지원받는다.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연 4000만원을 버는 가구의 안심소득은 925만원이 된다. 두 가구의 총소득(연소득+안심소득)은 각각 3925만원과 4925만원이다.
“소득이 많으면 지원금이 줄어들지만 총소득은 저소득 가구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게 오 시장 측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학계에서 안심소득 논의를 주도하는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안심소득은 저소득층에도 강한 근로 유인을 제공한다”며 “소득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200가구를 대상으로 앞으로 3년간 안심소득 실험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실험에 따른 연간 예산은 4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안심소득을 확대 적용해 서울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경우 10조원 이상, 전 국민으로 넓힐 경우 총 53조원의 예산이 매년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 설득 가능할까오 시장의 안심소득 실험은 만만치 않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실험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다.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해 생계급여 등 기존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가려내 기존 혜택을 일시 중단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실험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가구 안에서 인원수별·소득별로 표본을 정교하게 추출하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와 협의가 안 되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하는데, 현 사회보장위원장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려면 사전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협의 대상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미리 실무자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안심소득은 복지체계 대수술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오 시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주거·자활급여, 근로·자녀장려금 등 7개 복지제도를 통폐합하고 안심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선별 복지체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