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원자재인 리튬, 코발트 등의 가격이 다시 뛰고 있다. 특히 리튬은 지난 3년간의 하락기를 벗어나 강세 국면으로 돌아섰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원자재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리튬 가격 ‘슈퍼사이클’이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이어지던 하락세에서 벗어나 올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당 39위안 선이던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현재 83위안을 기록 중이다. 5개월 만에 113% 뛰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발트 가격도 지난 1분기에 약 57%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올해 초부터 2월까지 15% 이상 올랐지만, 중국의 스테인리스 기업인 칭산그룹이 니켈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3월 들어 조정을 받았다.
전기차 관련 원자재 가격이 뛴 이유는 전기차 수요 증가 때문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전기차 수요 증가가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며 “배터리 가격이 약 18%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핵심 원재료인 리튬과 코발트 가격은 두 배 이상, 니켈 가격은 60%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는 자동차업계의 시도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 전 ㎾h당 1000달러 이상이던 리튬이온배터리팩 가격은 지난해 137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2018년 수준까지 다시 오르면 배터리팩 가격이 ㎾h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는 시점이 당초 예상인 2024년에서 2026년으로 2년가량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투자 상품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튬과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내 핵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X 리튬&배터리 테크’(LIT)가 대표적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ETF로 앨버말 등 리튬 업체와 테슬라, BYD(비야디) 등 전기차 업체, LG화학, CATL, 이브에너지 등 배터리 업체 등을 골고루 담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급격히 올랐다가 지난달 미국과 중국의 변동성 장세에서 가격이 주춤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리벤트(LTHM), 앨버말(AMB), 피드몬트리튬(PLL), 리튬아메리카스(LAC), 칠레 SQM(SQM) 등 리튬 생산업체들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혜를 받을 종목으로 꼽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