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또다시 백화점 개점 전 줄을 서기 시작했다. 샤넬의 가격 인상설이 확산하면서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을 하기 위해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개점 2시간30분 전인 오전 8시께부터 100여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원하는 샤넬 제품의 가격이 인상되기 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진 쌀쌀한 날씨도 개의치 않았다.
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샤넬이 오는 15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다. 지난 주말께부터 주요 백화점 앞은 오픈런을 위한 대기열이 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의 명품 매장들이 모바일 앱(운영프로그램)을 이용한 대기자 등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매장 앞에 설치된 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선착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샤넬 등 고가 브랜드는 가격 인상·인하 정책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정책을 취해 구체적인 제품 가격 인상 폭과 시점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는 대체로 매년 두어 차례에 걸쳐 가격을 조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샤넬이 5월과 11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소문이 돌아 소비자들이 몰린 '오픈런'이 화제가 됐다.
샤넬 제품을 사두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샤테크(샤넬+재테크)'란 신조어는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한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달 샤넬 제품을 구입했다 글을 올린 한 누리꾼(네이버 아이디 dan******)은 "샤넬 제품 가격이 어차피 오를 것을 염두에 두면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연이어 제품 인상에 나선 샤넬의 가격 정책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구입을 희망하는 제품을 사지 못할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네이버아이디 you*****는 "원하는 가방이 매장에 남아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며 "진작 구입했어야 했는데 이렇게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한 네이버아이디는 cel*******는 백화점 개점 전인 오전 8시30분 대기열이 길게 늘어선 상황을 전하며 "(샤넬 매장 출입순서) 100번대를 받아 매장을 갔더니 재고 물량이 별로 없었다"고 토로했다.
불황 속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이같이 건재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억눌린 소비 욕구가 분출되는 '보복소비'와 부의 과시를 위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 덕에 지난해 주요 명품브랜드는 호실적을 거둔 바 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명품을 개성 표출 수단으로 여기는 플렉스 문화도 일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30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본인에게 투자하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며 "MZ세대의 명품 선호 역시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