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죽음 이르게 한 보이스피싱범 "양심 가책 느꼈다" [종합]

입력 2021-04-14 12:26
수정 2021-04-14 12:58

'김민수 검사'를 사칭하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러 20대 취업준비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4일 사기·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40대 A씨 등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해 20대 취업준비생에게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야 한다"고 속인 뒤 인출한 42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해당 취업준비생은 며칠 뒤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11월 A씨 등이 속해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을 1차로 검거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핵심 간부인 조직폭력배 B씨를 포함해 중국 현지로 나가 기업형 범죄를 한 혐의로 조직폭력배와 일당 93명을 일망타진했다.

이들은 중국 쑤저우 등 8개 지역에 콜센터 등 사무실 6개를 마련해 내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1차 검거 때 경찰은 콜센터 직원으로 취업준비생에게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실제 목소리 주인공은 빠진 것을 확인했고 끝까지 추적해 이번에 검거했다.

경찰은 "조직에서 직원들을 일정 기간마다 바꿔 콜센터 사무실에 배치하다 보니 서로 이름도 몰랐다"면서 "목소리 주인공이 언제쯤 비행기를 탔다는 다른 조직원 진술에 의존해 항공기 탑승객 1만여 명 명단을 받아 비슷한 연령대를 추려가는 방식으로 확인해 끝내 검거했다"고 밝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취준생 가족들은 지난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SNS를 통해 피해자 소식을 접하고 양심을 가책을 느껴 한국에 귀국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취준생의 부친과 통화를 했고 부친께서 '평생 한이 맺힐 뻔했는데 자식의 한을 풀어준 경찰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면서 '공판 과정에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조직 구성원이 대부분 검거됐으며, 일부 간부들만 인터폴 수배를 받으며 해외에서 도피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